손흥민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여름. 프리시즌 당시 분데스리가에서 어린 한국인 소년이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반니스텔루이로부터 대단한 칭찬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죠. 그렇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런 불문율이 있어요.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을 때 부상을 조심해야한다는! 프리시즌 9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함부르크의 샛별'로 떠올랐지만 첼시전에서 왼쪽 발가락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하며 2개월 동안 운동장을 떠나야했습니다. (그때 당시 손홍민은 반 니스텔루이(8)를 제치고 팀내 최고 득점자에 올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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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손흥민은 불의의 부상을 당했고 후반 42분 천금같은 역전결승골을 터뜨린 영웅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지난 9월 28일 손흥민은 지난 28일 열린 프랑크푸르트과의 경기에서 후반 18분 교체투입되며 부상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복귀 2경기만에 데뷔골을 터뜨리며 샛별 부활을 알렸죠.
손흥민이 대단한 건 지난해 열린 U-17 월드컵에서 3골을 터뜨렸기 때문도 아니고 분데스리가 프리시즌에서 9경기 9골을 성공시키며 팀 내 최고득점자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도 아닙니다. 보통의 축구선수들이 걷는 길, 그러니까 학원축구 시스템을 통해 축구선수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손흥민의 이력은 꽤나 독특합니다. 17살이 돼서야 갑자기 이름을 알리게 된 것도 그의 독특한 이력이 한 몫 했기 때문이죠.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에게 사사 받으며 축구선수로 성장했답니다. 엘리트 축구를 처음으로 경험한 것도 중학교 3학년 때 축구부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듬해 동북고 축구부에 들어가서 보통의 축구선수처럼 학원축구 시스템 아래에서 훈련하는가 싶었지만 그해 7월 자퇴했고 대한축구협회 지원으로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들어가 1년간 축구유학을 했습니다.
U-17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후 11월 함부르크 유소년팀과 공식계약을 체결하기까지 그의 뒤에는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있었습니다. 냉장고 박스 안에 축구공 90개를 담아와 따로 슈팅 연습을 시켰고, 위치를 바꾼 것으로 모자라 양발 뿐 아니라 머리로 슈팅 하는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정확도와 파워를 기르기 위함이었다고 그의 아버지는 설명했죠.
손흥민의 플레이에서 공간을 꿰뚫는 남다른 시각과 창의력이 느껴지는 건, 아버지의 교육이 큰 힘을 발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10-11시즌을 앞두고 함부르크 지휘봉을 잡은 아르민 페 감독도 그런 손흥민의 능력과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고 프리시즌을 거쳐 부상에서 복귀하자마 정규시즌에 투입하며 함부르크의 얼굴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랬던 손흥민이 2011아시안컵에 대비한 훈련멤버에 전격 발탁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손흥민의 소속팀 함부르크는 오는 18일 묀헨글라트바흐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내년 1월 15일까지 짧은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소속팀 경기를 뒤로 하고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가하는게 아니니 집중적으로 대표팀 동계훈련에 임할 수 있겠죠.
사실 손흥민의 대표팀 합류를 저는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주목받기 시작할 때 대표팀 모 코치님에게서 연락이 왔지요. 보통 대표팀에 발탁하기 전에 해당 선수의 몸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대표팀 코칭스탭들은 해당 팀의 관계자들과 통화를 한답니다. 가장 주된 이유는 부상이 없는지 체크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고, 함부르크 코칭스탭들과 우리 대표팀 코칭스탭들이 대화를 나누기엔, 언어의 갭이 너무 크죠. 그렇다고 에이전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침 아버지 손웅정씨가 독일 현지에서 아들을 챙겨주고 있다고 들었기에 아버지 연락처가 필요했던가 봅니다.
제게 전화를 걸어 손흥민의 아버지 연락처를 물어봤는데, 뭔가 다급함이 느껴져서 바쁜 일을 뒤로 하고 10분 만에 손흥민 아버지 연락처를 알아내 가르쳐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저는 조만간 손흥민을 대표팀에서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이번에 손흥민이 아시안컵 예비엔트리에 합류한 덕분에 드디어 그때 당시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손흥민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큽니다.
제도화된 교육 아래서 우리는 꼭 성공하는 것일까요. 모두가 똑같이 시키는데로 말 잘듣는 학생이 ‘착한 어린이’라며 칭찬받는 학교는 거부합니다. 남들과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로 생각하는, 창의력을 존중하는 교육을 저는 지지합니다. 그렇기에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즐기는 마음으로 축구를 배운 손흥민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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