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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신나는 스포츠 세상

여자대표팀이 보여준 눈물나는 올림픽투혼



경기 종료 후 벤치에 앉아 눈물을 쏟는 선수가 보였다. 그 선수를 위로해주는 동료들의 모습도 잡혔다. 대한민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었다. 올림픽 핸드볼 4강전에서 우리나라는 노르웨이에 25-3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라는 표현이 맞을까. 우리나라 여자핸드볼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이후 지금까지 8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 중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땄으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추가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제외하고 출전한 대회마다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다.

올림픽에선 효자종목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선 비인기종목 중 하나였다.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이 펼쳐진 경기장은 관중들로 가득 찼는데, 만원관중이 적응되지 않았단다. 관중들의 열기로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마음 아프게 들렸다.

노르웨이 여자대표 선수들에게서는 게르만족의 향기가 느껴졌다. 남성 못지않게 골격 좋고 체력이 뛰어난 그들을 상대로 우리대표팀은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 전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김온아와 정유라, 심해인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스쿼드를 구축하기에 어려움이 컸다. 오죽하면 우생순으로 유명한 임오경 해설위원이 더 다치면 안 된다고, 차라리 내가 다쳤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겠는가.

그러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은 한국 여성들의 강한 투혼을 코트 뒤에서 입증해주었다. 결승실패가 아닌 동메달을 향한 도전으로, 관점을 달리해 바라보고 싶은 멋진 그녀들이었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여자 배구대표팀 또한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만나 세트 스코어 0-3(20-25, 22-25, 22-25)으로 패했다. 미국은 현재 국제배구연맹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 최강자다. 이번 런던올림픽 비치발리볼에서도 자국 선수가 금-은을 겨뤘을 정도니, 배구공으로 세계를 제압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배구강국이다.

 


그러나 여자 배구대표팀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죽음의 조에 묶여 언론에서는 8강 진출이 희박하다고 내다봤지만 조별예선 3차전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인 브라질(세계랭킹 2위)을 3-0으로 대파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8강에서는 강호 이탈리아(세계랭킹 4위)를 3-1로 잡으며 36년 만에 올림픽 준결승에 진출했다. 중국(세계랭킹 3위)과도 풀세트 접전을 벌이는 등 기적과 반전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 여자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미국), 2위(브라질), 3위(중국), 4위(이탈리아)와 모두 만났지만 그녀들은 세계랭킹 앞에서 위축하지 않았다. 외려 당당했고 더 강인한 모습으로 싸웠다. 이번에도 결승진출 좌절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 1976년 몬트리올에서 동메달을 땄던 우리 여자배구대표팀은 36년 만에 다시 한 번 메달을 따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그 사실만으로도 박수박기에 충분한 자랑스러운 여자대표팀이다.

그리고 마지막. 손연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메달 가시권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 소녀를 향한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것을 좋게 볼 수 없었던 네티즌들의 악플도 대단했다. 그러나 매트 위에서 손연재는 귀여운 소녀가 아니었다. 불처럼 뜨거운 예술혼이 느껴졌다. 이는 고스란히 점수로 이어졌다. 리듬체조 예선 첫날 손연재는 후프와 볼 종목에서 합계 55900점(후프 28.075점, 볼 27.825점)을 받아 전체 24명 중 4위에 올랐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 11위가 그간 손연재에게는 최고성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10명만 오를 수 있는 결선진출을 목표로 세웠는데, 카나예바, 차카시나, 드미트리예바 등 리듬체조계의 별들 아래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곤봉과 리본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체조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진출이라는 위업을 작성하게 된다. 작지만 강한 소녀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을 함께 지켜본다는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상은 하루동안 우리나라 여자대표 선수들이 써내려간 이야기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그녀들이 보여준 투혼은 귀감받기에 충분했다. 그 감동이 아름다운 결실로 마무리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