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진 웃음이 참 인상적이었던 김두현 선수가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영원히 소년으로만 제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던 그가 드디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네요.
그전까지 제게 김두현 선수는 가까이 하기엔 참 어려운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짧은 인터뷰는 그간 가지고 있던 그의 이미지를 한번에 깨뜨린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죠.
K-리그 MVP까지 수상한 선수라면 조금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했지만 그는 언제나 먼저 인사하고 웃어주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을 때면 늘 제게 먼저 알려주는 고마운 선수였지요. 빨리 기사 쓰면 더 좋지 않냐는 이유 때문이었으니까요. ^^
그런 그가 결혼을 한다며 제게 청첩장을 건네줬습니다. 꼭 와서 도장 찍고 가라는 협박성 멘트와 함께요. 축구를 취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리버리하던 그 시절, 저를 도와주던 그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기쁜 마음으로 결혼식장까지 달려갔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김두현 선수는 언제나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줬습니다. 축하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면서요.
그에게 축하 악수를 건네는데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김두현 선수의 손이 땀으로 축축히 젖어있었거든요. 그래서 씩 웃으며 물어봤죠. "A매치 때도 긴장 잘 안하면서 오늘은 왜 이렇게 긴장하세요? 손이 땀으로 가득해요." 그러자 그는 절대 아니라며 변명했답니다. "아니에요. 긴장해서 그런게 아니라요 요기 안이 너무 더워서 그래요."
그렇지만 다들 짐작하시겠죠? 식장 내부는 전혀 덥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땀 한방울 나지 않았거든요. 역시, 김두현 선수는 긴장을 한 것 같습니다. ^^
국가대표 출신 선수답게 그의 결혼식에는 수많은 축구스타들이 참석해 결혼식을 축하해줬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빛났던 사람은 오늘의 주인공 김두현 선수와 정혜원 씨였죠. 반짝반짝 빛나던 그들의 모습처럼 앞으로 함께 걸을 길도 그렇게 오래도록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